타이레놀 부작용, 간손상에 대하여
- 건강
- 2021. 10. 9. 07:40
음주 후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를 먹으면 안 되는 이유 (헬스조선 약사칼럼)
- 머리가 아프거나 몸살이 있을 때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진통제로 타이레놀이 있습니다. 그러나 술을 마신 뒤 먹어선 안 됩니다. 오늘 술을 마신 사람 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하루 석잔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도 복용하면 곤란합니다.
- 사실 이런 내용은 타이레놀 포장지에도 적혀 있습니다, 타이레놀 뒷면을 보면 [검은색 네모 박스]에 ‘술 마신 사람은 먹지 말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를 [블랙박스 경고문]이라고 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이것 만은 꼭 알고 먹어라’라는 취지로,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강조하는 경고 문구입니다.
- 왜 그럴까요? 첫째로 ‘간 손상’ 때문입니다. 타이레놀을 1알씩 하루 세번 먹으면 간이 손상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술을 마신 사람이 타이레놀을 먹으면 간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술은 간에서 2E1이라는 효소에 의해 대사가 되면서 분해가 되는데, 술이 이 효소의 작용시간을 더 늘립니다.
-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공교롭게도 타이레놀도 2E1에 의해 대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진통제는 그렇지 않은데, 유독 타이레놀만 같은 효소에 의해 대사가 됩니다. 따라서 타이레놀이 2E1에 의해 대사가 많이 되면 NAPQI라고 하는 간 독성물질이 증가합니다. 술 때문에 타이레놀 독성이 증가하는 거죠. 술이 없으면 타이레놀은 간독성이 없는 방식인 글루크로나이드 포합이나 설페이트 포합으로 거의 다 대사가 되어 간에 영향이 없거든요.
- 그럼 어제, 오늘은 술을 안 마셨는데 평소에 석잔 이상 술을 마시는 애주가가 타이레놀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래도 간 손상 위험이 증가합니다. 평소에 술을 자주 마시면 알코올 분해 효소인 2E1 자체가 늘어납니다. ‘술을 마시다 보면 술이 세진다’라는 말이 있죠? 맞는 말이에요. 알코올 분해 효소가 증가 하는데, 타이레놀을 간독성이 생기게 하는 효소와 같은 효소입니다. 평소에 2E1을 많이 늘려 놓았으니 며칠 술을 안 마셨다고 하더라도 정상 용량의 타이레놀 만으로도 간 손상 우려가 증가합니다. 그래서 식약처 기준 경고 문구에 적은 주량이 ‘석잔 이상 정기적으로 술을 먹는’ 사람입니다.
- 과학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석잔이 뭐야? 소주 컵도 한 잔이고 맥주 컵도 한잔이다.” 네, 훌륭하신 지적입니다. 답은 간단해요. 한 잔이란 국제 표준 한 잔을 의미합니다. 순수 알코올 10g을 기준으로 하는데 3.5% 짜리 맥주 375mL가 한 잔이고요, 4.9% 맥주는 285mL, 12% 와인은 100mL, 40% 양주는 30mL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술이 세서 술을 빨리 분해하면 더 건강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알코올은 분해가 되면 될수록 간에서 독성 산화물질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술이 분해되는 과정 자체가 간을 손상시킵니다. 그러니까 술이 센 사람이 간 손상 우려는 더 큽니다.
- 술과 타이레놀을 같이 먹으면 두 가지 방식으로 간 손상이 증가되는데, '알코올 분해 자체'가 간 손상을 입히고 '알코올 때문에 독성이 없던 타이레놀의 간독성'이 나타는 것입니다.
더욱이 간 손상 뿐 아니라 신장 손상까지 2배 이상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많습니다.
- 그리고 타이레놀 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인데 감기약, 근육통약, 생리통약, 복통약 등에도 같은 성분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알아두셔야 합니다.
- 그럼 술을 먹은 후엔 타이레놀이 아닌 이부프로펜 같은 다른 성분의 진통제를 먹으면 되나요? 간 손상 우려는 적습니다. 2E1 효소에 의해 대사가 되지 않거든요. 그런데 위장 출혈 위험이 증가해요. 소염진통제 계열의 다른 진통제들은 원래 타이레놀보다 위장 부작용이 더 있는 편인데, 술 자체가 위장 자극이 있고 소염진통제도 위장 자극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 결론은 술을 먹고 다음날 머리가 아플 때 두통약을 먹으면 부작용이 있다는 점입니다. 타이레놀은 간 손상 우려가 있고 다른 소염진통제는 위장 손상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숙취 해소제 정도만 복용하고 진통제를 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두통의 강도에 따라서 병원에서 처방을 받으면 상황에 따라 타이레놀이 아닌 진통소염제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위장 손상 가능성 대비 두통의 강도에 따라 판단을 내려야 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