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대물림 되는 이유

<가난이 대물림 되는 이유>

가난은 무조건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대물림 되는 경향이 짙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가난하면 아버지 어머니도 가난하고, 아버지 어머니가 가난하면 나와 형제들도 거의 다 가난합니다. 여러분 집안이 가난하게 자랐으면 여러분도 가난하게 클 확률이 높습니다. 전 이걸 깨닫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받아들이는데에도 상당한 감정을 소모했습니다. 그럼 전 왜 이렇게 생각했을까요? 가난은 재산의 크기보다 물려받은 경제관념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전 또래에 비해 심각하다 해도 좋을 정도로 가난한 집에서 자랐습니다. 저희 부모님들 세대는 모두 어렵게 살아오셨지만, 경제부흥기때 대부분 집 한채씩(혹은 어느정도의 자산을) 마련하셨죠. 근데 저희 부모님은 운이 안좋았는지 그러시질 못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가계부를 안 씁니다. 제가 어릴때는 쓰셨는데, 언제부턴가 돈이란 것에 지치셨는지 쓰지를 않으신지 오래됐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모님은 지금도 입출금 내역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정확히 모르십니다. 전 부모님을 사랑하지만, 이런 경제관념은 별로 안 사랑합니다. 이 둘은 같은 맥락으로 바라볼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아마 부모님께서는 열심히 사시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돈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이 다음입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사람은 평생 가난한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보면서 자랍니다. 밥을 먹을 때도, 옷을 살 때도, 책을 볼 때도, 가전제품을 살 때도, 마트에서 쇼핑을 할 때도, 사람을 만나서 얘기를 할 때도, 공부를 할 때도, 취업을 할 때도, 심지어는 결혼을 하고 내 아이를 낳고 키울 때도 그동안 자라오면서 보고 배웠던 경제 관념의 영향을 받습니다. 저와 여러분이 상상도 하지 못할 사소한 부분까지 관여가 되어있을 겁니다. 좀 과격하게 말하면, 우린 그동안 부모로부터 보고 배웠던 경제 관념에게 종속되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동생이 한명 있습니다. 며칠 전 만나서 식사를 했는데, 우연찮게 깊게 얘기를 하다보니 제가 생각하던 것보다 자라온 환경이 저와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소비습관도 과거의 저와 아주 유사했죠. 조금 재수없게 말하면, 저는 이 친구의 미래가 보였습니다. 왜냐면 전 가난하게 살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이 어떤 행동양식으로 사는지 잘 압니다. 이 친구는 그 기준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친구였습니다. 그래서 기분 나쁠걸 알면서도 앞으로 자신에게 찾아올 수 있는 사건들을 얘기해주었죠. 물론 가난은 대물림된다고 콕 찝어서 얘기했습니다. 그러더니 한동안 말이 없어지더군요. 아무도 이런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주변을 한번 둘러보세요. 넉넉하지 않은 부모 밑에서 사는 자식들이 넉넉해지는 것 보셨나요? 눈을 감고 생각해보세요. 부모님이 이룩하신 경제 수준이 어떠하든, 그 수준보다 나아질만한 자신만의 활동이나 무기가 있으셨나요? 아니면 그런 활동을 할 준비나 계획이 마련되어 있으신가요? 그렇지 않다면 본인은 부모의 경제관념을 대물림 받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사람입니다. 집안이 넉넉하시다면 그냥 지금처럼 사셔도 얼추 문제는 없습니다. 그동안 보고 배운게 있으실테니까요. 하지만 지금 상태가 별로 맘에 들지 않는 분이라면 얼른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새롭게 시작해야됩니다. 받아들이기 싫겠지만, 오늘부터 주변을 둘러보면 미래가 보이는 케이스가 상당히 지속적으로 발견될겁니다. 앞으로는 이런 얘기 해주는 사람을 싫어하지 마시고, 넌 할 수 있어! 응원'만' 하는 사람은 되도록 멀리 하세요. 나중에 손 잡고 같이 병 주우러 다니게 됩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더라도 공부를 잘하거나, 특출난 기술이 있거나, 타고난 끼가 많거나 해서 본인 가치를 높이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부모로부터 내려받은 관점(인 척 하는 유전정보)을 깨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겠죠. 하지만 보통은 지능부터 시작해 거의 모든 요소가 유전입니다. 그리고, 가장 믿기 싫지만 경제 관념도 유전이죠. 이 경제 관념에는 돈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소비 습관, 자산 증식의 테크닉, 인맥 만들기, 진취적인 마인드, 도전 의식 등 모든 것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관점들은 내가 노력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대부분 어릴적부터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부분에서 기인했다는걸 인정해야 됩니다. 인정 해야, 새로운 길이 보입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솔직히 얘기하면)기분 나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보단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남과 나의 차이를 확실하게 받아들이는게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마지막에 '생각'합니다 라고 쓴 이유는 저조차도 아직 가난에서 벗어났다고 말씀드리기 어려운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이제 막 받아들인 사람에 불과하죠. 그게 제가 매일 뭔가를 하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일겁니다. 제가 살면서 느꼈고, 앞으로도 느끼면서 살아갈 이 철학이 여러분의 경제 관념에 꼭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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