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배려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

<지나친 배려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

1. 어제 아는 동생과 통화 하는 도중 "난 항상 남한테 배려를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실제로 이 친구는 거절을 잘 안한다. 웬만하면 그냥 참고 넘어가는 사람. "그래서 거절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길래, 갑자기 내 옛날 생각이 너무 났다. 왜냐하면 내가 배려의 달인이었기 때문이다.

 


2. 나는 상대방에게 기가 막히도록 잘 맞춰주는 사람이었다. 소울 메이트는 기본이고 당신같은 사람은 어딜 가서도 사람들과 친하게 어울릴 수 있을거라는 얘기도 수없이 들었다. 근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표현들은 칭찬이 아니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는 이득일지 몰라도,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서는 상당히 불량한 방식이다.


3. 우리는 배려를 왜 하는걸까? 아마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주기 위함일거다. 그리고 많은 경우 서로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배려를 한다. 근데 배려를 넘어 상대방에게 완벽하게 잘 맞춰주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진짜 배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착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속성이다.


4. 착한 사람이 되면 겉으로는 사람 좋고 매너있는 괜찮은 사람처럼 보여진다. 그래서 사회적인 관계도 돈독해진다. 하지만 그런 사람의 진짜 문제는 속이 썩어간다는데 있다. 가짜 배려로 착한 사람 코스프레를 하고 있으면 상대방은 내 호의에 무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속 배려로 감동을 주려면 내 배려의 레벨을 점점 높여야 한다. 결국, 난 상대방에게 완벽하게 맞추지 않으면 안되는 관계가 되어버린다.


5. 어디에선가 '배려심 깊은 남자'의 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여자에게 배려심이 깊은 남자란, 자기 주관이 뚜렷하지만 자신에게 선택권을 양보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마치 힘이 센데도 그 힘을 숨기고 있는 사람과 같은거다. 일반인이 김동현처럼 겁이 많으면 얼마나 초라하겠는가? 근데 김동현이 하니까 귀엽다. 그 이유는 김동현이 이미 선택권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6. 정리하면, '뭔가를 할 수 있는데도 안 하는 참을성을 가진 사람'이 오히려 배려있는 모습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모든 경우를 다 맞춰주면 그건 배려가 아니라 주관 없는 쉬운 사람이 된다. 내가 장담하는데 세상에는 이런 남자가 정말 많다. 왜냐면 내가 이런 사람이었으니까. 이 사회에는 여자한테 잘보이기 위해 배려를 서슴없이 하는 남자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슬픈 종착점을 맞이한다. 내가 사람들에게 필요 이상의 배려를 하지 않게 된 이유다.


7. 그러니 남녀 불문하고 과한 배려를 하지말자. 상대방에게 모두 맞춰줄 필요가 없다. 요즘 추가로 글쓰기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 내가 성격이 드러워서 안보내는게 아니다. 여기서 선을 긋지 못하면 나는 계속 추가적인 요청에 응답해야 한다. 오늘은 어느 소방관님께서 보낸 쪽지도 꾹 참고 무시했다. 내가 소방관을 존경하는것과 자료를 보내는건 엄연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과한 배려가 나를 망치기 전에 나는 내 삶의 편안함을 찾는것이 먼저다. 그러니 타인에게 배려를 너무 많이 하는 분들은 그 배려를 조금만 줄여보자. 생각보다 삶이 부드러워진다고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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