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1억번 주부 남편에게 어떻게 말하죠? (네이트판)

주식으로 1억번 주부 남편에게 어떻게 말하죠? (네이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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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요즘 코스피 30000이 넘어가며 주식시장 호황이지요. 제목처럼 저는 이번 주식 상승장에서 1억을 벌었습니다. 평범한 직업을 가진 지극히 평범한 주부인 제가 주식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처음 주식을 하게 된 건 약간의 호기심과 도전 정신 때문이었 는데요. 신랑이 4년 전, 저 몰래 아파트담보대출을 받아서 5000만원이 나 되는 돈을 주식으로 날렸었습니다. 구입했던 종목이 상장 폐지 되었대요. 흔치 않은 일이고, 자기는 운이 너무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당연히 이혼 위기를 겪었습니다.
'주식하면 집안 망하는 거다. 주식하는 남자는 만나지도 마라.' 이런 말을 워낙 많이 들었던 터라, 저는 신랑이 저 몰래 주식을 했다는 것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부부사이의 신뢰가 깨진 뒤로는 정말 슬픈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5천만원이 결코 적 은 돈이 아니잖아요. 그 때는 신혼이라 저축할 돈도 거의 없을 만큼 쪼들렸었어요. 갚을 일이 까마득했죠. 신랑의 행동이 어 떤 것도 신뢰가 가지 않아 의심병에 걸렸었어요. 신랑을 말로 힘들게 했었습니다.
제가 주식을 시작한 건 신랑이 그렇게 돈을 잃고 난 후, '도데,
체 이게 뭔데 5000만원이나 잃냐' 하고 호기심과 '나는 벌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약간의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여 다저는 좀 야무지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예요.


처음에는 여윳돈 4백만원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수익이 나 도 너무 적어서, 하려면 좀 많이 해야지 싶어서 신랑 몰래 아파
트담보대출 6천만원, 가계신용대출 3천만원, 퇴직금담보대출 2천만원, 친정엄마에게 2천만원 이렇게 자금을 모아서 총 1억 3천만원으로 주식을 했습니다. 정말 벌 확신이 있었고, '나는
잃지 않을거야' 라는 자신도 있었지요. 대기업 위주로 튼튼한 회사를 사서 기다리면 반드시 오른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어디서 그런 자신이 나왔는지는 모르겠네요.
그렇게 2019년 8월에 시작한 주식은, 수익이 -300만원~+600 만원 수준을 오락가락하며 별 변화가 없었습니다. 우량한 주 식들이 안정적이지만, 그만큼 단기간에 큰 수익도 없더라고 요. 원래 짧게 수익을 기대한 것은 아니라 한 10년 이상 가져간 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조금 올라도 팔지도 않고, 조금 내려도 조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20년 2월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코스피가 급락하고,
저는 2천만원을 손해봤어요. 이만큼 손해보고 나머지 돈을 빼 낸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이걸 원금이라
도 복구할 수 있을까?' 겁이 났지만 누구에게도 내가 전 재산 을 걸고 주식을 하고 있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제일 가 까이에 있는 신랑에게도요. 제가 빚을 내서 주식을 한 걸 알면, 그 금액을 알면 분명 깜짝 놀라, 집안이 엉망이 되겠지... 잃어 버린 2천을 복구할 기회도 없겠지... 싶었어요.
그리고 2020년 4월에 주식이 반등하기 시작할 때, 우량주 2개 에 1억 1천만원 전재산을 똑같이 나누어 넣었습니다. 2달만에 2천만원의 손해를 극복하고, 그 후로도 계속 오르기 시작해서 오늘까지 딱 순수익 1억이 되었습니다.
1억이 큰 돈이지만, 전에 신랑이 주식투자로 잃은 5천만원과 원래 있던 가계빚 5천만원을 청산하고 나면 남는 것도 없습니 다. 그래도 빚을 이렇게 빠르게 갚을 수 있는 것에 너무 감사한 일이지요.
신랑 이름으로 되어있는 빚이라서, 이 1억을 신랑에게 주고 갚 으라고 해야 하는데요.. 지금 가진 빚에 대한 원리금 상황이 신 랑 통장에서 매달 빠져나가고 있거든요.
신랑에게 주식으로 1억을 번 걸,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주식으로 벌었다고 하면, 신랑은 주식이 돈이 되는구나 해서 성급하게 또 주식에 투자를 할 것 같아요. (사실 얼마 전에 신랑이 또 대출을 받아 주식으로 1천만원을 넣어둔 것을 알고 다퉜어요. 주식이 호황이라 남들이 다 벌었다길래 자기도 한 번 들어가봤대요. 근데 구매한 종목이 정말 난리더라고요. 이 주식 호황기에 마이너스를 찍고 있었습니다. 주식 못할 사람이죠... 안목도 없고, 그냥 일확천금을 바라는 사람이에요.)
아니면 정말 솔직하게 '주식으로 투자해서 벌었다. 하지만 나
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고 앞으로 절대 주식을 하지 않을 거 다'라고 말을 해줄까요? (실제로 저는 앞으로 주식을 절대 하 지 않을 거예요. 빚 갚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감사와 행운이었 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런 주식 호황기는 또 없을 테니까
요.)
아니면.. 결혼하기 전까지 제가 직장에 다니면서 모은 돈 6천
만원 정도를 친정에 드리고 왔거든요. 친정엄마가 이자를 쳐 서 1억으로 돌려주셨다 이렇게 말할까요?
다른 말들도 좋습니다. 현명한 조언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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