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기' 할 때 좋은 아이디어 떠오른다

뇌가 쉴 때 오히려 창조기능 활성화 

​'불멍', '산멍', '물멍', '해멍' 등등 자연과 더불어 '멍때리기'를 요즘 젊은 세대는 최고의 힐링으로 생각한다. 
'멍때리기'는 넋을 잃은 상태를 말하는 신조어다. 

지금까지 멍하게 있는 것은 비생산적이라는 시각 때문에 다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멍 때리는 행동에서 세상을 바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 때가 많다. 


보통사람들도 책상 앞에서 머리를 쥐어짤 때보다는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멍하니 있을 때 불현듯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때가 많다. 

실제로 미국의 발명 관련 연구기관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미국 성인의 약 20%는 ‘자동차에서 가장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고 한다. 


 ◇ 멍때리기가 창조를 돕는다는 과학적 근거

그럼 멍 때리기처럼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문제의 해답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은 과연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일일까. 

미국의 뇌과학자 마커스 라이클 박사는 지난 2001년 뇌영상장비를 통해 사람이 아무런 인지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를 알아낸 후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 특정 부위는 생각에 골몰할 때 오히려 활동이 줄어들기까지 했다. 
​뇌의 안쪽 전전두엽과 바깥쪽 측두엽, 그리고 두정엽이 바로 그 특정 부위에 해당한다. 

라이클 박사는 뇌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작동하는 이 특정 부위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DMN)’라고 명명했다. 
​마치 컴퓨터를 리셋하게 되면 ‘초기 설정(default)’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 바로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는 의미다. 

DMN은 일과 중에서 몽상을 즐길 때나 잠을 자는 동안에 활발히 활동한다. 즉, 외부 자극이 없을 때다. 
​이 부위의 발견으로 우리가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해도 뇌가 여전히 몸 전체 산소 소비량의 20%를 차지하는 이유가 설명되기도 했다. 

그 후 여러 연구를 통해 뇌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데에도 DMN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자기의식이 분명치 않은 사람들의 경우 DMN이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스위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들에게서는 DMN 활동이 거의 없으며, 사춘기의 청소년들도 DMN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DMN이 활성화되면 창의성이 생겨나며 특정 수행 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도 연이어 발표됐다. 
​일본 도호쿠대 연구팀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해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때의 뇌 혈류 상태를 측정했다. 

그 결과, 백색질의 활동이 증가되면서 혈류의 흐름이 활발해진 실험 참가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내는 과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난 것. 

이는 뇌가 쉬게 될 때 백색질의 활동이 증가되면서 창의력 발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잠깐의 먼 산 바라보기를 할 시간조차 차츰 잃어가고 있다. 
​가만히 있기보다는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며, 잠깐 쉬는 시간에도 휴식이라는 이름 아래 게임을 주로 즐긴다. 

종일 끊임없이 뇌를 통해 무언가를 하기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깐씩의 멍 때리기가 절실한 셈이다. 
멍해 있는 것은 뇌에 휴식을 줄 뿐 아니라 자기의식을 다듬는 활동을 하는 기회가 되며 평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영감이나 문제해결 능력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멍한 상태 자체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만들어주진 않는다. 
문제에 대한 배경지식과 그를 해결하려는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만 그 같은 달콤한 결실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아르키메데스도 평소 배경지식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절박함이 있었기에 목욕탕의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유레카”를 외칠 수 있었으며, 사과나무 아래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 역시 그런 경우다. 

다시 말하면, 뇌는 준비된 자에게만 멍 때리기를 통해서 깨달음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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